자유게시판

저우리 마을 태극권역 펜션 만세

박용우 1 1,342 2014.08.19 21:44

 저우리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에서 하룻밤을 지낸 일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감사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 부부는 지난 8월 16일 경북 청송 상가집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청송까지는 거리상 서울에서 너무 멀어 1박 2일 일정으로 가보지 못한 그곳 여행을 겸하여 내려가지고 생각하고 짐을 챙겨 서울에서 오전에 출발하였다. 상가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가 넘어 도착을 했다. 상가집 문상을 하고 우리는 가볼 만한 곳을 주민께 여쭈어 본 후 주왕산 쪽으로 발길을 돌려 달기탕으로 갔더니 철분 성분이 많다는 소문대로 약숫물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기다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눈으로 물맛을 보고는 달기폭포로 발길을 돌렸다. 원시림의 거목이 빽빽히 우거진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넓지 않은 꼬불길을 돌아서 갔다.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달기폭포 가는 중간에도 약수터가 있어 가지고 간 물통을 채우고는 주왕산 쪽으로 갔다. 초행길이라 그런지 가도가도 산 입구가 안 나와 차를 돌려 환한 낮 동안에 안동을 구경하려고 안동 쪽으로 차를 돌렸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정표를 보고 도산서원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암흑천지였다. 야간 개장을 하지 않으니 볼 수가 없어 도산서원에서 안내지도만 훑어보고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여기서 어두웠으니 이제 구경보다도 잠잘 숙소를 찾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 그래도 유명한 하회마을로 가면 펜션이라도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하회마을로 향하였다. 물론 호텔이나 여관 등도 있을 것이지만 집에서 취사도구, 쌀과 밑반찬 등 간단한 식재료를 가지고 갔으니 콘도나 리조트, 펜션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가는 길에 안동 시내쪽 호숫가에서 하회탈 가면극을 감상도 하고 떡메치기 인절미도 맛을 보고 어둠을 뚫고 하회마을 가까이 가서 주유를 했다. 주유를 하면서 보니 밝은 불빛을 찾아 오는 여러 가지 곤충들이 주유소 바닥에 많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곳 안동이나 청송은 난생 처음 가본 곳이고 유명하다는 곳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은 생각 뿐이었지만 방학을 이용하여 요즘 곤충 표본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차 안에 있는 채집통을 가지고 바닥에 기어다니는 곤충을 잡았다. 왕귀뚜라미, 잠자리류, 나방류, 메뚜기류, 방아개비와 심지어 땅강아지도 잡았다. 그리고 보기 드문 광경으로 물속에 사는 물방개나 물땅땅이도 10여 마리나 잡았다. 그야말로 횡재를 한 것이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제 숙소가 잡히지 않으면 바로 서울로 올라가도 여한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하회마을이 코앞인데 그냥 갈 수도 없고 주유소 직원 분께 펜션에 대해 물으니 광고지를 한 장 준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기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의 목소리는 청천벽력 같은 '방 없음'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하회마을 쪽으로 더 가까이 가보자고 차를 달렸다. 기다가 풍천 파출소 근처의 길 가 광고게시대에 '펜션' 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태극권역 펜션'. 나는 차를 세우고 바로 전화를 돌렸더니 방이 있단다. 너무나 반가운 답이었다. 가격도 안 여쭈어 보고 네비게이션이 없다는 말에 친절하게도 모시러 오겠다는 것이다.  방이 너무 비싸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요즘이 한창 성수기 인데. 잠시 후에 경광불빛을 깜박이며 트럭 한 대가 우리 앞에 오더니 따라오라는 것이다.

 잠깐만이요. 나는 따라가기 보다 값이 얼마냐고 먼저 여쭈어 보니 6만원이란다. 가격도 참으로 싸다. 앞차는 마을 길로 들어서더니 마을 안쪽으로 자꾸만 간다. 이상하다. 왜 자꾸만 마을로 갈까?  잠시 후에 큰 건물 앞에 정차했다. 여기라는 것이다. '저우리 도농교류센터'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상하다. 여기가 펜션이란 말인가?

우리를 모시러(?) 왔던 분은 이장님이시고 부회장님이 설명을 해 주신다. 이곳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운영하는 곳이란다.

 2층 숙소로 가보니 아늑하고 정말 깨끗하였다. 우리는 군소리 없이 값을 지불하고 저녁 준비를 했다. 내일 아침에 감자와 옥수수를 사고 싶으니 준비를 해 주시면 고맙겠다는 부탁을 하고 우리는 저녁 시간을 보냈다. 모든 취사도구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 깨끗하였으며 침구도 향내가 날 정도 청결하였다.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오고 그냐말로 특급 호텔 보다도 좋았다.

 하룻 밤을 보낸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맛있게 밥을 해 먹고 점심과 저녁까지 싸서 출발 준비를 했다. 부회장님이 오시고 유지연이라는 사무장님도 오셔서 방을 확인했다. 너무도 편하게 보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어제 부탁을 했던 감자와 옥수수도 덤까지 얹어 푸짐하게 구매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무장님이 깻잎을 좋아하느냐고 좋아하면 따가라는 것이다. 구경도 좋지만 깻잎을 사자면 돈인데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사무장님 밭에서 정말 잘 농사 지어놓은 깻잎을 큰 쇼핑백 2개나 가득 땄다. 사무장님 남편분께서도 오셔서 직접 따주시기도 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었다.  

 하지만 시골 인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무장님은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며 풋고추도 따주시고 애호박도, 가지도 여러 개를 따가지고 오셨다. 정말 방값보다도 넘치게 받은 선물이었다. 사무장님은 또 전화를 하시더니 나에게 차를 타라고 하시며 한 동안 차를 달려 드넓게 펼쳐진 비닐하우스로 안내를 하더니 흑토마토 2상자를 또 선물로 주신다. 이래도 되느냐고 극구 사양을 했지만 이것도 인연이고 정이라며 받으란다. 정말 우리는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차는 다시 마을로 와서 정말 가야하는데 감자를 준비해 주신 부회장님께서 큰 상자를 하나 또 주신다. 직접 만든 것이라며 떡을 한 상자 주시는 것이었다. 그것도 고급 떡이었다. 서울 가다가 출출하면 먹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 두개도 아니고 큰 상자로 한 상자니 돈으로 치자면 몇 만원은 넉넉히 되는 양이었다. 정말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나.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겨우 6만원으로 하룻 밤을 묵은 우리에게, 그것도 난생 처음 와보는 서울사람인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시는 시골인심을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모든 분들께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깻잎철이고 애호박이나 가지, 풋고추가 있는 계절이기는 하지만 받아도 너무 많은 것을 받은 것이다. 숙박비의 몇 배나 되는 사랑을 받은 것이 정말 서우리 주민들 모두가 그런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로마교황님이 방한 중인 때이기도 하고 교황님의 주 멘트인 '사랑'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시는 유지연 사무장님이나 부회장님, 이장님 등 서우리 분들 모두가 이런 넉넉한 인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 것이다.

 특히나 유지연사무장님은 서양화를 전공하시고 마을에서 미술체험관을 직접 운영하고 계시다는데 이런 마음이시라면 한번 찾은 인연은 다시 찾을 게 분명하다.

 우리는 마을에서 가르쳐 준 대로 부용대로 올라가 한 눈에 하회마을 전체를 감상하고 하회마을이나 서원도 보고 예천을 경유하여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 삼악주막 등을 보고 문경 길로 돌고 돌아서 늦은 시간에 서울로 돌아왔다.   

 먼 곳에 있던 상가집 덕분에 그야말로 난생처음 가본 청송과 안동 등의 이미지가 나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었고 서울의 넉넉하지 않은 인심에 찌든 마음을 이번 여행을 통해 넉넉하게 담아올 수 있었다. 우리네 인심이 본래 이런 것이었을 텐데 요즘은 먹고 살기 힘들고 무한경쟁시대니 하여 이웃집이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는 세상이다.  그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저우리 마을 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넉넉한 인심처럼 백수 하세요.

 저우리 마을 만세!       

                                 2014년 8월 19일 서울의 상봉동에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박용우 올림                           

Comments

윤순범 2014.08.27 04:59
작은 마음에 큰 정성을 돌려 받았습니다
사랑을 전해 주시고 작은인연 박용우 가족분님 감사합니다